< 제 1일 - 꿈과 낭만의 섬 발리로... >
오늘은 발리로 여행을 떠나는 날이다.
남편인 뽀빠이와 5년 전 1월 1일에 발리를 향해 갔을 때와 똑같이 설레는 맘으로 새벽에 눈을 떴다.
다행히 인천공항이 가까워서 5시 30분에 집을 나섰다.
겨울의 새벽공기가 차다. 하지만 뜨거운 태양이 기다린다고 생각하니 하나도 춥지가 않구나.
리무진버스를 타고 6시에 공항에 도착하여 50분 후에 여행사 직원분과 미팅을 했다. 우리 부부만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해서 꼼꼼히 체크를 해 준다.
타고 갈 비행기는 싱가폴항공 883편, 다행히 앞 쪽 창가 좌석(36K, J)이다.
수속을 다 마치고 면세점에서 미리 선물 몇 가지를 챙긴 우린 8시 30분경에 비행기에 탑승했다.
5년 만에 가는 발리.
워낙 발리를 좋아하는 뽀빠이인데다가 휴식을 취하고픈 간절한 마음에 택한 곳...
아침에 떠나고 싶어 택한 싱가폴항공인데 여승무원의 복장이 독특하면서도 아름답다. 뽀빠인 내게 어울린다며 여승무원의 유니폼을 사준다고 계속 졸라댔지만 난 일언지하에 거절! 언제 입으라구?
그래도 뽀빠이와 함께 MP3를 귀에 꽂고 음악을 들으며 시공간을 공유하는 이 순간이 너무도 소중하고 행복하구나.
드디어 9시 25분에 비행기가 힘차게 하늘로 솟아오른다.
제주도가 고향인데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며 자주 비행기를 타지만 역시 언제나 비행기는 무섭다.
주여, 우리가 가는 곳까지 무사히 인도해 주실 거죠?
음악을 들으며 졸고 있으려니 간단한 기내식이 나온다. 시간을 보니 10시 20분. 진한 커피와 흰찰콩떡, 약식과 땅콩이 주메뉴이다. 떡과 약식은 발리에서 만날 가이드에게 주기로 하고 우린 레드 와인을 기다린다.
드디어 12시에 와인을 시켜 마신다. 음... 정말 달콤하다.
마침 나오는 음악이 Queen의 ‘Somebody To Love'다. 음악과 와인의 완벽한 조화란 이럴 때 하는 말이겠지?
좌석 모니터엔 홍콩과 마닐라 사이로 위치가 표시된다. 맑디 맑은 하늘과 순백색의 구름, 바로 이것이 파라다이스가 아닌지...
ABBA의 ‘Dancing Queen', Jackson Brown의 ‘Load Out and Stay', 진추하와 아비의 ‘One Summer Night', Dire Straits의 ‘Sultans of Swing'을 듣노라니 남중국해 한 가운데다.
13시가 되니 점심식사가 나온다.
뽀빠인 꿀에 절인 닭고기와 머스타드 소스에 버터 입힌 야채 그리고 감자그라탕을, 난 쇠고기 잡채볶음밥, 고추장, 종가집김치, 베이컨과 방울토마토, 호밀빵과 버터, 화이트와인, 물을 시켜 맛있게 먹는다. 뽀빠인 레드와인을 한 잔 더 시킨다.
오후 3시 10분이 되어 싱가폴에 거의 도착했다고 생각하자니 갑자기 남자승무원이 웨딩케잌을 주면서 결혼 축하 악수와 멘트를 건넨다. 웨딩? 푸하하하~! 하긴 리허니문 여행이긴 하지.
이현정대리의 농간(?)에 감사하며 기분이 좋아졌다.
창가에서 내려다보니 싱가폴의 바다가 보인다.
청결함이 먼저 떠오르는 나라인 이 나라 구경은 못하고 공항에서만 두 시간 정도 머무르다 그냥 떠나야 하는구나.
현지 시각 오후 2시 20분(우리나라 시각 3시 20분)에 무사히 공항에 안착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발리행 비행기를 갈아타려면 2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우리가 갈아타야 하는 탑승구는 ‘E11’이다. 겨울외투를 벗어 팔에 걸치고 그 곳까지 꽤나 많이 걸어가야 했다.
뽀빠인 MP3 배터리와 필름카메라 배터리를 사러 가고 난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주변에 인도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오후 4시에 드디어 가방 검사를 하고 대기하며 비행기 탈 준비를 하고 있다.
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조덕배의 ‘꿈에’를 들으니 여기가 싱가폴이 아니고 우리나라인 것만 같구나.
오후 4시 20분 SQ146 발리행 비행기를 탔다. 좌석은 역시 앞쪽 창가(53A, B)다.
음악도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Why Worry'. 피곤한 우리에게 딱 맞는 노래다.
비행기는 오후 4시 40분에 출발하여 5시에 하늘로 향한다.
30분이 지나서 또 식사다. 화이트와인과 생선까스, 밥, 빵, 버터, 콩과 당근, 옥수수를 섞은 샐러드, 푸딩과 열대과일인 여지, 커피와 물이 메뉴다.
난 거의 먹지를 못하고 뽀빠이만 열심히 먹는다.
식사 후 디카와 필름카메라를 꺼내어 기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흐르는 음악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신나는 록큰롤이다.
하늘은 다시 맑게 개어 있다.
저녁 7시 10분(현지시각)에 발리 덴파사 웅우라라이공항에 도착했다.
비자를 사고 수속을 마친 후 현지가이드를 만나니 7시 50분이다.
가이드에게 ‘아빠까바르’라고 발리말로 인사했는데 그는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한다. 아이고 무안해라! 하지만 이내 기내에서 가져온 한국떡을 'Korean rice cake'이라 말하며 건넸다.
예전과 마찬가지로 어여쁜 발리 아가씨가 발리꽃목걸이를 걸어준다. 역시 친절한 발리다.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정신없이 차에 올라탄 우리. ‘아스타와’라고 자기 소개를 하는 가이드가 웰컴드링크와 과일바구니를 주어 즐겁게 받았다. 정말 신혼여행 온 듯하다.
이제 우리가 갈 곳은 울루와뚜에 위치한 ‘드림랜드 풀빌라’다. 얼마나 고르고 고른 숙소인가! 한국말을 전혀 모르는 버스 기사와 7인용 미니버스(한국의 타우너 수준)를 타고 가는데 역시 시골길이라 울퉁불퉁하다. 밤이 되어 거리도 잘 안 보인다.
약 20분을 가니 우리가 며칠 동안 묵을 드림랜드에 도착했다. 로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가이드와 내일을 기약하며 헤어져 우리의 숙소인 108호 문 앞에 이르니 우리 부부의 이름이 영문으로 적혀져 있다. 환영 인사가 참 색다르면서 기분 좋게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와! 풀장과 하얀 커튼이 드리워진 정자 그리고 은은한 조명이 감탄사를 불러일으킨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방에 들어와서 보니 깨끗하고 시원한 대리석이 깔려 있고 높은 천장과 침실, 욕조, 화장대, 수족관 등 모든 것이 고급스럽고 낭만적이다.
음... 내일을 기대하며 오늘 밤은 편안히 자야지.
< 제 2일 - 거북이섬과 발리 박물관 >
아침 6시 40분에 눈을 떠 창문을 여니 싱그런 바람에 커다란 꽃들이 춤을 추며 인사를 한다. 뽀빠인 밥도 먹기 전에 풀에 뛰어들었다.
7시가 지나 식당으로 가서 주문을 했다. 신혼부부들은 룸서비스를 주로 시킨다는데 우린 호기심이 많아 하나라도 더 경험하는 걸 좋아해서 나간 것이다. 식당 앞에는 커다란 공용풀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물론 하얀 커튼이 사방으로 둘러싸인 정자와 정원의 많은 나무들도 아름드리 서 있다.
뽀빠인 아메리칸식으로, 난 한식으로 음식을 주문했는데 먼저 물과 커피가 나오고 생과일주스가 나온다. 역시 발리커피맛과 생과일주스맛은 일품이다.
아메리칸식의 내용은 각종 빵과 베이컨, 감자그라탕, 달걀프라이, 야채샐러드, 잼, 버터, 우유와 콘프레이크, 토마토소스 등이고 한식은 밥과 쇠고기무국, 김, 김치, 오이무침, 생선말이구이, 달걀말이, 야채샐러드 등인데 모든 게 맛깔스럽다.
배불리 먹고 나서 우린 수영을 하고 9시에 아스타와를 만났다.
31살의 미혼인 그는 85세 된 아버지와 78세 된 어머니가 살아계신 8남매 중 7번 째로 누나 둘이 한국에서 일하는 한국통이다. 애인은 몰디브에서 일하고 있어 만나기가 힘들다고 한다. 얼마나 보고 싶을까!
예전에 만나 애틋한 우정을 나눴던 가이드인 마르타완이 생각나 혹시 아냐고 물어봤더니 모른단다. 하긴 발리에서 가이드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 300명 정도라니 모르는 게 당연하겠지.
우린 지금 거북이섬을 보기 위해 베노아항으로 가고 있다.
노랑, 빨강, 주홍빛 어여쁜 꽃나무들이 거리에서 샤방샤방 웃고 있다.
신들을 모시는 제단과 수많은 오토바이(발리 사람들의 주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 한 대 가격은 약 150만원 정도라고 한다.)와 택시, 자동차들의 행렬, 그리고 아주 맑은 하늘과 구름 아래 ‘웅우라라이대장’(이 사람의 이름을 따서 공항명이 지어졌다고 한다.)의 동상과 ‘물의 신’ 동상도 지난다.
10시가 되어 거북이섬에 가기 전, 우린 로켓스키를 타게 되었다.
원래는 제트스키를 타기로 되어 있었는데 해양스포츠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인 사장이 그것보다 로켓스키를 권해서 개인당 10불씩 더 내고 타야 했다. 난 무얼 타는 걸 너무도 싫어하는데 뽀빠이 땜에 할 수없이 양보할 밖에... (여보. 내 맘 알죠?)
발리남자 둘이서 운전을 하고 우린 양쪽에 각각 앉았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해양스키... 바닷물이 얼굴을 때리고 난리가 아니어서 난 아예 눈을 감고 견뎌야 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이제 그만 돌아갔음 싶은데 뽀빠이가 한 번 더 타자고 한다. 에구! 화를 낼 수도 없고...
신난 뽀빠이는 더 즐기고 싶은데 나 땜에 조르지도 못하고 양보를 해준다. (고마워요, 뽀빠이!)
탈의실로 돌아와 보니 10분 정도밖에 타질 않았다. (그래도 내겐 긴 시간이었다!)
바다에 무수히 떠 있는 배들과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간 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난 참 용기가 없는 사람이구나 반성도 해본다.
우린 다시 배를 타고 거북이섬에 간다. 배를 운전하는 남자가 식빵으로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라고 하여 줬더니 아주 많은 물고기들(그 중에는 놀래미 같이 생긴 고기들도 보인다.)이 물 위로 달려들어 먹이를 낚아챈다. 와! 신기할 따름이다. 다른 배에서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 흔든다. 우리도 답으로 웃으며 손을 흔든다.
얼마 안 가서 섬에 도착하니 역시 거북이들이 많다. 해조를 먹이로 주는 발리여인을 사진에 담고, 큰 거북이를 하나씩 들고 우리도 사진을 찍었다. 뽀빠이도 먹이를 주고 싶어 여인에게 해조를 받아 거북이 입에 갖다 댄다. 난 꼬마원숭이에게 작은 초코렛사탕을 줘봤는데 껍질을 벗겨 먹는 모습이 너무도 귀엽다. 그 녀석은 처음 먹어보는지 또 한 개를 주자 거부한다. 섬에는 거북이 외에도 왕물도마뱀, 박쥐(이 녀석은 주황색 파파야 열매를 먹고 있다.), 늘씬하고 멋진 닭, 하나 같이 비쩍 마른 개들, 크고 예쁜 새들, 카멜레온, 뱀 같은 동물들도 함께 살고 있다. 가히 야생동물 전시장이라 해도 되겠다.
뽀빠이가 야자열매음료와 빈탕맥주를 시켰다.
탁 트인 파란 바다를 보며 마시는 열대음료가 더욱 달콤하다.
빈탕맥주는 역시 정말 맛있다. 예전 맛 그대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한가하게 놀다보니 어느 덧 11시 50분이 되었다.
우린 꾸타시내로 점심 먹으러 출발했다. 메뉴는 기대되는 샤브샤브 요리다.
12시 25분이 되자 현지식당인 ‘선셋식당’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는데 맛이 정말 기막히다. 소고기, 만두, 참치, 유부, 생새우, 청경채, 배추, 나물 등을 담백한 육수와 매운 육수에 넣어 익혀 먹는 샤브샤브의 이 맛이란!!! 게다가 스파게티와 꼬치구이, 나시고랭(현지식 볶음밥)과 미고랭(현지식 볶음국수) 그리고 김치까지 정말 잊지 못할 환상적인 점심이었다. (얼마나 맛있으면 식사 시간이 한 시간이나 걸렸을 정도니까 말이다.)
부른 배를 안고 우린 덴파사시내의 재래시장엘 갔다.
뽀빠이와 난 재래시장을 너무나 좋아한다. 다양한 각종 물건들과 먹거리, 그리고 사람 사는 정겨운 맛이 매력적인 곳이 아닌가!
한낮의 뙤약볕 속의 재래시장은 아직 한산하다. 저녁 장사를 위해 천막을 한창 치는 사람들 틈에서 우린 돼지고기와 순대 등을 파는 가게와 냉차 만드는 기계가 있는 가게, 신발과 의류, 야채, 과일가게 등을 두루 살펴본다.
이 곳도 곳곳마다 제물이 놓여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다니다간 제물을 밟거나 찰 수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역시 신들의 섬이란 걸 절감하는 순간이다.
너무 더워서 물건을 사진 못하고 30분 만에 차 안으로 돌아와 다시 발리박물관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오후 2시 20분이다. 와! 건물이 왕궁처럼 아주 웅장하고 멋스럽다.
계단 하나하나를 밟고 올라가는데 발리의 역사와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발리의 강한 색채가 엿보이는 그림들이 전시된 갤러리가 있고, 발리의 역사가 미니어쳐로 하나하나 만들어져 있는 전시관도 있다.
발리는 350년 간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았고, 일본에게도 3년 반이나 지배되었던 나라다. 우리나라처럼 외세의 침략을 많이 받지는 않았지만 동병상련이 느껴진다.
자유와 독립의 소중함은 어느 나라 사람이나 똑같지 않은가!
예술적으로 구불구불 만들어져 있는 둥그런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가보니 사방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전망대다. 밖을 내다보니 낀따마니화산과 깔끔한 지붕의 낮은 집들이 키 큰 나무들에 둘러싸여 있다. 발리는 2층집까지만 허용한다는데 참 맘에 든다. (발리는 제주도의 2.5배가 넘는 넓은 땅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비좁아서 고층아파트에다 똑같은 집들만 즐비해서 개성도 없고 답답하기까지 하지 않은가!
비지스의 음악을 들으며 90% 이상이 예술가로 구성된 예술의 마을 우붓으로 간다. 도착하니 오후 3시.
한가하게 거리를 거닐며 그림과 예술작품들을 많이 보고 싶은데 우린 바틱공장에 와있다.
예전에 뽀빠이가 바틱으로 만든 옷을 샀기 때문에 이번엔 쇼핑할 마음도 없는데 커플티셔츠 두 장을 사고 그 곳을 나와 20분 걸려 목공예샵에 들렀다. 발리사람들의 손재주는 아주 뛰어난 것 같다. 난 예전에도 그랬지만 고양이목각인형을 찾는다. 알록달록한 여러 색채로 예쁘게 만들어진 인형이 맘에 들기 때문이다. (발리에서는 고양이가 쥐를 잡아주기 때문에 좋은 동물로 여긴다고 한다.)
지인들의 선물을 이것저것 고르고 계산하려 하니 100불짜리가 사용이 안 된다고 한다.(현금과 카드를 호텔에 두고 와 100불짜리 한 장밖에 없었다.) 화폐 년도가 1996년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발리에서는 97년 이후의 것만 통용된다는 것이다. 이런...그런 정보를 모르고 온 우리가 잘못이지. 어떡하나? 난감해 하는데 아스타와가 돈을 다음에 내겠다고 타협을 보고 선물을 가져왔다. 우린 호텔금고에 있는 돈을 아스타와에게 주기로 한다. (아스타와, 탱큐!)
오후 4시가 조금 넘어 원숭이사원으로 향한다. 아스타와가 입장료(5000루피아)를 내는 동안 우린 입구 상인에게서 원숭이에게 줄 바나나를 샀다. 들어가 보니 위대한 밀림 밑으로 강이 흐르고 예전보다 더 많은 원숭이들이 보인다. 울루와뚜사원에 사는 원숭이들보다 온순한 원숭이들이라서 선글라스나 가방을 뺏길 위험은 없다. (예전에 봤던 울루와뚜사원 원숭이들은 아주 사나웠다.)
뽀빠인 약하고 작은 원숭이들이 가엾어서 그들에게만 바나나를 준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어느 새 큰 원숭이가 날쌔게 달려들어 뺏어가고 만다. 이런...
줄 바나나가 없는데도 가방을 쫓아 따라오는 원숭이들...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난 그들과 친해지기가 어렵다. 자연과 사람이 하나가 되는 게 내겐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우리 앞 길 가운데에서 한 원숭이가 빨간 엉덩이를 내밀며 앉는다. 그러더니 다른 원숭이가 금세 와서 엉덩이를 만져준다. 꽤 오래 그러고 있는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정다운 부부 같아서 보기도 좋다.
오후 5시가 되어 저녁 식사하러 사누르 지역에 있는 ‘한일관식당’으로 향했다.
예전에 우리가 지냈던 곳이 사누르이고 한일관에서 저녁도 먹었던 지라 반갑기도 하다.
식당에 들어와 보니 역시 한국인 관광객들이 여럿 보인다. 우린 김치찌개를 먹는데 맛이 예전만 못한 건 왜일까? 그래도 이곳에선 귀한 음식인지라 열심히 먹는다.
후식으로 나온 메론과 파파야, 수박(이 곳의 과일은 아주 맛있다.)으로 마무리까지 하면서...
저녁 6시가 다 되어 이제 숙소로 간다. 가면서 뽀빠이와 수퍼에 들렀다.
뽀빠이가 아주 좋아하는 빈땅맥주를 사기 위해서다. 병맥주 2개와 캔맥주 6개를 사고 땅콩과 발리컵라면까지 사고 나니 92,000루피아(RP)를 내란다. (1달러가 9200루피아 정도인데 1000루피아가 한국 돈 100원이다.)
인천공항에서 환전한 돈으로 계산을 했다. (수퍼에선 달러를 받지 않는다.)
저녁 8시에 드림랜드에 도착했다.
내가 거품목욕이 너무 하고 싶다고 하니 뽀빠이가 준비를 해준다. (와! 황녀가 된 이 기분!!!) 따뜻한 물속에 몸을 담그니 피로가 싹 가신다.
뽀빠인 풀 앞에 놓여있는 긴 나무의자에 타월을 깔아놓고 맥주를 마신다. 나도 옆 의자에 누워 음악을 들으며 달과 별이 아름답게 떠 있는 하늘을 바라본다. 오리온자리가 눈에 띠게 밝은 빛을 발하는데 흰 구름이 둥둥 떠다닌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우린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부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