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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니꼬발리(7,30~8.4) 늦은 여행후기
글쓴이 김****경 등록일 2005-01-04
 

7월30일∼8월 4일까지 4박 6일 일정으로 바캉스클럽을 통해 발리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가장 먼저 항공권 확보부터 여행 상품 계약, 안내까지
급박한 와중에서도 줄곧 친절함을 잃지 않고 정성스레 도와주신 이현정 대리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직장 휴가 일정이 늦게 잡힌
관계로 여행 일정을 열흘 정도 앞두고 갑자기 여행 예약을 하려다 보니 십여 군데 여행사를 연락해봤지만 하나같이 돌아오는 대답은 "7월말과
8월초는 이미 예약이 꽉 찬 상태니 포기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우연히도 공중파 방송에서 발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가 올해만 해도 두 편이나
인기를 얻으며 방영된지라 발리 선호 현상이 더 심해졌다는 설명과 함께.

하지만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바캉스클럽만은 일단
기다려 보라는 긍정적인 대답과 함께 바로 당일 오후 좌석이 확보됐다고 연락을 주셨습니다.
처음엔 온라인상의 정보만 믿고 송금하고 여행
계약을 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이 없지도 않았으나 정신없이 바쁜 업무 속에서도 끝까지 세심하고 친절하게 업무 처리를 완벽하게 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믿음을 굳히게 됐습니다.

자질구레한 여행 일정을 일일이 나열하기보다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을 정리해보며 여행
후기를 대신할까 합니다.

첫째,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발리라는 곳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 쉬운 것처럼 푸르른 바다에서 편히 쉬는
열대의 휴양지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발리는 제주도의 3배정도 크기의 비교적 큰 섬이며-적어도 우리 기준으로, 현지인 가이드는 발리가 인도네시아
내에서는 작은 섬이라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괌이나 사이판처럼 단순 휴양지로 착각해서는 큰 오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이슬람교를 믿는 인도네시아 내에서 유일하게 인도-힌두 문화를 그대로 보존하며 명맥을 지키고 있는 곳이기도 하며 그러한 문화적 자부심이
발리 주민들 사이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내면과 우주에 깃들여 잇는 신들에게 정성 들여 형형색색
꽃과 과일, 곡식 등으로 제물을 바치는 모습은 이미 발리 주민들의 일상 생활의 일부입니다.

우리 나라에 알려지기 전부터 일찍이
발리가 서구인들에게 세계적인 관광지로 명성을 떨치게 된 것은 이곳이 서핑이나 요트 같은 해양 스포츠의 천국이라는 점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외지인들에게 무한한 신비감과 매력을 주는 다양한 문화유산이 존재하고 늘 신과 함께하는 인간들의 삶이 녹아있는 것이 더 큰 몫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로 현지인 가이드는 비록 외국인이지만 젊은 이방인들인 우리에게 자신들의 자부심인 이러한 발리의 깊은 문화
전통을 알려주고 싶었나 봅니다. 거의 완벽한 한국말에 나무랄 데 없는 매너와 저희에 대한 정성스러운 배려가 다른 여행지에서 맞부딪히게 되는 타
여행사의 현지 가이드들과는 품격이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바캉스클럽 회사 차원의 방침이었겠지만 호텔에 투숙하기 전 미리
과일과 기본 음료수 바구니를 준비해 체크아웃 시 여행객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세심한 배려에도 감사했습니다. 호텔 입장에서 보면 얌체 같은
행동일지도 모르겠으나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배려를 해 주신 것 자체만으로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덕분에 나중에 체크아웃을 하는데 청구요금이 고작
2만 루삐아(우리 돈으로 3천원 정도?)도 못 나왔더군요. 오죽했으면 호텔 프론트 직원이 미니바를 이용 안 했냐고 재차 확인하더군요. 좀 심했나
싶기도 하지만 어쨌든 별 5개 짜리 호텔에 4박을 하면서 그렇게 돈을 적게 쓴 것도 역대 기록이 아니었나 싶더군요.^^

한편으로는
발리인들의 입장에 설 수밖에 없는 현지인 가이드 '뿌뚜'는 이 모든 과정을 이해하고 배려해주며 한국인 관광객 입장에서 신경을 써주더군요. 다른
여행팀 한 사람 없이 오직 저희 두 사람과 가이드, 현지인 운전기사. 이렇게 네 사람은 4박 5일 동안 늘 함께 하며 보이지 않는 우정이 싹텄고
나중에 돌아오는 날 저녁 발리 공항에서 가이드와 우리는 작별을 고하며 저절로 코끝이 찡해지는 묘한 체험을 했답니다.

역시 여행은
결국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확신을 더하면서.

바캉스클럽 측의 여행객들에 대한 배려와
'럭셔리'한 모든 일정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행을 마치고 안타까운 점은 정해진 일정을 다 소화하려다 보니 한가로운 자유일정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물론 강요된 옵션이나 일정은 전혀 없었지만 호텔이 시내에서 떨어진 해안지대에 치우쳐 있어 '덴파사르' 시내나 '꾸따'같은 명소를
구경하러 나가고 싶어도 쉽게 움직이기가 어려웠습니다. (낮에는 갤러리아에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1시간에 1대씩 니꼬호텔 앞을 운행하기는
했다)

그렇다고 저녁 식사를 하는 장소와 비용이 이미 결정돼 있는데 따로 비용을 내서 개별 행동을 하기는 힘든 점도 있었죠. 물론
이런거저런거 따지지 말고 우리 비용으로 해결하면 문제될 건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예전에 인도네시아에서 직장 근무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덴파사르 시내를 혼자 돌아다닐 자신이 있었지만 우리의 '충직한' 현지 가이드님은 정색을 하시면서 혹시라도 사고 나면 여행사에서는 책임을 못 지니
개별 행동은 하지 말고 정 그러면 자신들이 같이 가 주겠다고 하더군요.

운전기사나 밑에 사람을 부리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들로서는 꾸따에서 쇼핑 거리를 구경하고 하드락 카페에서 공연을 구경하는 동안 가이드와 운전 기사님이 우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불편해서 도저히 안 되겠더군요. 그래서 하드락 카페에서 공연 구경하는 날 밤(마침 그날 저녁 인도네시아 최고 인기가수라는 '크리스 다얀티'라는
여가수가 발리에 와서 공연을 했음) 거의 사정하다시피 가이드를 설득해 먼저 돌려보내고 저희는 심야에 택시를 잡아타고 호텔로 돌아오는 해프닝도
있었죠.

혹시 이런 얘기가 열심히 일하시는 현지 가이드님께 누가 되지는 않겠지요? 어차피 완전 자유여행이 아니라 반 패키지
여행상품을 선택한 이상 감수해야 될 몫이었겠지만 앞으로는 젊은 취향을 가진 관광객들의 증가 추세를 고려, 좀 더 융통성 있는 일정과 자유 선택의
폭을 늘렸으면 하는 건의를 드려봅니다. 여유롭게 해변에 누워 조용히 책을 읽으며 자신들의 시간을 말 그대로 '즐기는' 서구 관광객들을 보면서
직장일, 가정 일에 쫓겨 급히 주어진 일정을 소화해야만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불쌍해' 보이는 것은 저만의 느낌이었을까요?

이제
우리 한국도 꼭 7, 8월 여름 휴가철에 몰려다니지 말고 가을에도 겨울에도 자기 시간들 내서 여유롭게 재충전하고 올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발리는 생각보다 덥지 않았습니다. 아니 아침, 저녁으로는 오히려 가을 날씨처럼 선선하더군요. 적도 바로 남쪽에
위치한 열대 지방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더군요. 덕분에 한국의 찜통 더위에서 며칠간은 피신할 수 있었죠. 혹시 다음에 발리를 가시는 다른
여행객들께서는 바다와 해양 스포츠뿐만 아니라 섬 북쪽에 있는 아궁산의 브사끼 사원이나 브라딴 호수, 낀따마니 지역 등도 꼭 한번 가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물론 저희도 시간이 부족해 못 가서 아쉬웠지만...

여러분 혹시 '톰 행크스'가 주연한 미국영화 '캐스트 어웨이'
보셨지요? 그 영화에서 주인공이 남태평양의 한 무인도에 난파당해 몇 년을 혼자 지내게 되는데 칠흑같이 어두운 밤 그 섬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올라가 저 멀리 광활한 밤바다를 내려다보는 장면이 나옵니다. 조명이라곤 오로지 밤하늘의 달과 별빛뿐이고 들리는 소리는 오직 광대한 대양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장면이 실제로 여러분들 눈앞에서 펼쳐진다고 상상해 보세요. 저희가 묵었던 니꼬발리
프론트 비치 디럭스 객실 테라스로 나가면 밤마다 그런 장관이 눈앞에서 펼쳐집니다. 특히 저희가 여행했던 때처럼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달이 웬만한
도시의 조명과는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얼마나 밝고 아름다운지를 부서지는 파도 자락과 함께 경험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아직도
잠자리에서 가끔씩 그때 그 남태평양의 웅장한 파도소리를 보고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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